Quantcast
Channel: Bloter.net »»실버몬트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

절치부심 ‘아톰’의 귀환, 인텔 ‘실버몬트’

$
0
0

지난 7일 인텔이 실버몬트 마이크로아키텍처를 발표했다는 기사에 아래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대로 옮겨봅니다.

좋은 기사긴 하지만 이런 아키텍처나 기술적인 부분은 노출되어 있는 기사에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 자세하게 다르는 기글하드웨어 나 플웨즈 사이트 등도 따로 있고요.
간단하게 설명하되 앞으로 아톰이 현재 ARM 사용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어떻게 대체 또는 경쟁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현재 인텔에서 가지고 있는 모바일 프로세서 입장 같은걸 적어 주셨으면 더욱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아톰이 어떻게 ARM과 경쟁하고 인텔이 어떤 생각과 전략으로 기존 생태계에 맞서 어떻게 싸워 나갈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는 알 수 없지만 왜 새로운 아키텍처를 내놓았는지는 짚어볼 수 있겠군요.

intel_atom_cpu

‘아톰=넷북’의 주홍글씨

이번에 발표된 코드명 실버몬트는 이름만 아톰일 뿐 기존 아톰을 만들던 방식과 출발부터 온전히 다른 마이크로아키텍처입니다. 누구든 아톰이라고 하면 넷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넷북은 아톰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강력한 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애초에 이 아톰이 넷북에 쓰이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아톰 그리고 넷북이 발표된 2008년 당시에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터져 비싼 노트북의 수요가 줄었던 면도 있었지만, 싸게 살 수 있으면서 배터리도 5~6시간씩 가는 장치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가방에 아무렇게나 넣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쓰고, 동영상을 보고, 가끔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세컨드PC의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인텔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바로 성능입니다. 애초 인텔은 아톰으로 하고 싶었던 사업이 스마트폰과 MID였습니다. MID는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의 줄임말로, 아주 막연하긴 했는데 PMP 형태부터 어떻게 보면 태블릿 같은 형태도 고려했던 카테고리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를 이용한 노트북 형태의 넷북이 떴습니다. 넷북이나 데스크톱 형태의 넷톱은 사실 저소득 국가의 교육용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게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 번졌습니다.

인텔은 기존 고객들에게 PC를 하나씩 더 안기면서 PC 판매량은 엄청나게 끌어올렸지만 넷북 1대에 파는 칩셋 가격이 20~30달러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실속은 챙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고성능 프로세서를 잠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인텔의 임원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인텔은 이런 단기적인 성과보다 가깝게는 이 느린 컴퓨터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아톰 브랜드에 실망하고 길게는 인텔의 프로세서에 인식이 나빠지는 것을 더 걱정했습니다.

netbook

당연히 아톰이 ‘후지다’는 걸 알고 사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인텔의 걱정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윈도우8’이 나오면서 그 걱정이 현실화됐습니다. 제조사들은 얇고 가볍게 잘 빠진 제품에 아톰을 넣었는데, 시장 반응은 앞뒤 가리지 않고 ‘아톰’이라는 한마디에 싸늘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국내 뿐만은 아닌가 봅니다. 넷북은 이르면 내년께 업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퇴출’이라는 무서운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PC시장에서는 넷북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문제는 넷북이 할퀴고 간 자리입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아톰’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에이~’라는 반응이 나올 겁니다. 인텔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래서 아예 프로세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처음부터 새로 그렸습니다.

6년만의 새 마이크로아키텍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비순차처리, 아웃오브오더(Out of order)라고 하는 처리방식입니다. 이게 아톰의 성격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응용프로그램들은 CPU에 다양한 명령을 내립니다. 특히 SoC라고 부를 만큼 다이 하나에 여러 칩 기능이 더해진 프로세서는 더 심하지요. 그동안 아톰은 인오더 방식을 썼습니다. 프로세서는 아무 고민 없이 주어진 일을 쌓아놓고 순차적으로 처리합니다.

하나의 명령어를 처리하는 동안 시스템에 여유가 있어도 프로세서는 슬슬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텔은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넣었습니다. 한번에 두 개의 쓰레드를 처리할 수 있게 하면 CPU가 ‘멍때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톰이 아무리 작동 속도를 끌어올리고 공정을 미세화해도 우리가 여전히 뭔가 아톰은 답답하고 멈칫거린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ATOM_01

애초 인오더를 쓴 것은 설계를 단순하게 할 수 있고 전력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톰은 그간 45nm(나노미터) 공정에서 시작해 32nm, 22nm까지 공정을 줄였고 다양한 절전 프로그램을 적용해 전력 관리에 자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코어 프로세서에 쓰는 아웃오브오더 방식을 아톰에 끄집어 들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순차 방식을 통해 프로세서는 미리 분기 예측을 합니다. 메모리에서 어떤 데이터를 먼저 불러와서 어떤 것을 먼저 빨리 처리해버리고, 다른 건 조금 미뤄두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멈칫거리는 현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아직 제품도 안 나왔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ARM 프로세서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ARM도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A7까지 인오더 방식을 썼는데, 단순한 일처리가 아니라 복잡한 응용프로그램을 돌리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A9부터 아웃오브오더 방식을 썼습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확 올라갔다고 느꼈던 것에 이런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있었습니다.

코어 자체를 모듈화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는 사실 ARM이 먼저 내놨던 개념인데 CPU코어, 메모리 콘트롤러, 그래픽프로세서 등을 모두 개별 모듈화합니다. ARM은 이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가져다가 칩을 만드는 제조사에게 자유를 주어 원하는 개수의 코어를 넣어 같은 A15코어를 갖고 빅리틀을 쓸 수도 있고 ARM의 말리 그래픽 대신 다른 GPU를 쓸 수도 있게 합니다.

인텔은 직접 칩을 만들어서 제공하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태블릿, 혹은 차량용 IVI 제조사들이 원하는 대로 설계를 바꿔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아직은 코어에 대한 부분만 모듈로 만들었습니다. 2개 코어가 하나의 모듈이 돼 이를 2개 붙이면 쿼드코어, 4개 붙이면 옥타코어가 됩니다. 여기에 작동 속도를 조절하면 여러가지 차별된 제품을 만들 수 있겠지요. 인텔이 잘 하는 i3·5·7과 펜티엄, 셀러론 같은 관계 말입니다.

이 전략은 칩 하나로 하이엔드와 보급형 시장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과 연결됩니다. 새 코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에게 “성능 좋아진 아톰은 결국 하이엔드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 아니냐”라고 물으니 “모듈과 작동 속도를 조정해 한 아키텍처로 저가형부터 하이엔드까지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답한 것과 연결지어 볼 수 있겠습니다.

ARM과 어떻게 경쟁할까

그래서 ARM과 경쟁은 어떻게 될까요? 이건 사실 미리 내다보기가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톰 프로세서는 조립PC처럼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 세트업체가 사주어야 합니다. 아이폰을 구입하는데 애플에 ‘나는 아톰을 넣어줘’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그 성능에 있어서는 ARM과 경쟁할만 해 보입니다. 애초 x86은 ‘성능은 좋아도 전력 소비가 많다’는 인식이, ARM은 ‘전력은 적게 쓰지만 성능이 안좋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인식으로 프로세서를 바라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ARM 프로세서는 코어텍스A15로 아주 큰 성능 개선을 이뤘고 작동 속도도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A57 코어가 엄청난 성능 향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ATOM_03

아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정확한 TDP(열설계전력, 프로세서 전력소비의 지표)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인텔의 설명으로는 A15 기반의 ARM 프로세서보다 대체로 더 낮은 전력을 쓴다고 합니다. 성능은 더 높아졌지요. 특히 ARM이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코어를 짝으로 묶어 저전력용 프로세서와 고성능 프로세서를 넘나들며 일을 처리하는 빅리틀이나 LP(저전력)공정, HP(고성능)공정 프로세서를 섞어 쓰는 방법을 쓰는 반면, 아톰은 하나의 프로세서로 작동 속도를 높여도 전력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모토로라 ‘레이저i’에 들어간 메드필드 코어의 아톰 프로세서도 비슷한 성능의 ARM 프로세서에 전력면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더 나아졌다면 기대해볼만 합니다.

물론 이 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공급될 것 같습니다. 이 때쯤 되면 ARM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성능을 높인 코어텍스 A57 프로세서를 꺼내놓을 겁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간 계속해서 거래하던 퀄컴이나 엔비디아 칩을 버리고 대신 인텔 칩을 고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혁신을 찾지만 모험은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적어도 인텔의 스마트폰과 아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텔 프로세서가 ‘혁신’이라는 시장이 가장 원하는 달콤한 사탕 역할을 할지도 모르지요.

먼 길을 돌고 돌아왔고 지금은 지독한 수모를 겪고 있지만, 결국 아톰은 처음 계획했던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돌아왔습니다. PC시장 외에 보수적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업계에서 이를 받아들여주느냐가 아톰과 인텔의 미래를 결정지어주겠지요. HP의 문샷 같은 프로젝트로 시작된 저전력 프로세서에 대해서도 인텔과 ARM간의 치열한 전쟁이 이뤄질 겁니다.

몇년 전만 해도 인텔의 경쟁자가 ARM이라고 얘기하면 비웃음을 샀는데, 이제 누가 웃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양쪽 모두 칼을 갈았으니 내년에 있을 진검승부를 재미있게 지켜볼 일만 남았네요. 아! 삼성은 엑시노스, 애플은 A시리즈, 팬택은 퀄컴을 쓸 수밖에 없으니 LG 아니면 국내에서는 강건너 불구경인 건가요?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

Latest Images

Trending Articles